2008/08/11 12:32
카테고리 : 아기뚱주저리

지난 토,일요일. 12년 우정을 자랑하는 친우회 '세븐'이 충북 화양계곡에서 모임을 가졌다.
말복 끝무렵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를 핑계로 계곡에서 보신을 해보자는 연락이 왔고, 의견도 내지 않았는데 '선발대'에 포함이 되어 있었기에 금요일 오후 차를 끌고 청주로 내려갔다.

[sweet home at Cheonju, Friday]
아부지는 아들래미가 왔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냉동실에 쏘주2병을... 김치냉장고에 쏘주3병을 슬며시 넣으셨단다.
말복인데 삼계탕은 아니더라도 양념통닭은 먹여야 하지 않겠냐는 내 말에 어무니는 치킨 2마리를 시키셨고....
올림픽 개막식 방송이 시작해서 선수단 입장까지 5병을 비웠다.

아부지는 다음날 출근하셔야 한다 하시며 자리를 접으셨고.... 아직 젊은 나는(으흐흐흐^^) 허전한 취기를 달래려 (어무니와) 캔맥주를 사들고 산책을 나섰다. 백만 단어와 십만 감정, 만가지 기억과 천가지 공감, 백개의 기쁨과 열가지 슬픔... 그리고 1가지 꿈을 산책하는 동안 어무니와 나눴다.

여전히 고향집 새벽은 맑고 기쁘며, 은근히 슬프고, 흔들거렸다.

[hwa-yang ravine, F.Saturday T.Sunday]
'늦어도 8시에는 출발해야 해'라는 엄포에.... 눈꼽만 지우고는 선발대가 모인 곳으로 차를 몰았다.
가는 내내 전날 마신 술이 배속에서 흔들~흔들~ @.@
9시 반경 겨우겨우 화양계곡 (자동차)탠트촌에 도착하여 탠트2동을 치고, 가져온 짐을 풀어놓자마자.... 여자들을 위해 잡은 민박집에 들어누워 잠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니 오후 4시~~~
그때서야 해장을 하겠다고 라면을 끓이는데, 앞 텐트에 꼬맹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라면~ 라면~'을 연신 외쳤다. 나야 국물만 있으면 그만이었으니, 라면을 듬뿍 들어 꼬맹이에게 전해 주었고.... 녀석, 세상 다 가진듯한 웃음을 지으며 라면을 들고 엄마에게 달려갔다.

해가 약해질때즈음, 하나 둘... 친구들이 지들 각시를 옆에 끼고 계곡으로 들어왔다.
한놈은 임신 7개월인 마누라를 신주단지 모시듯 데리고 나타났고, 또 한놈은 5~6년은 구경도 안시켜주던 여친을 데리고 나타 났으며, 또 한놈은 바쁜 여친 대신이라며 짝꿍이 챙겨준 탠트를 자랑스럽게 꺼냈다.
지겨울만도 한 같은 모습, 같은 이야기, 같은 농담인데.... 단 한번도 틀리지 않고 똑같이 반응하고, 같이 웃고, 울컥이며 어우러졌다.

몇일 필리핀으로 간다는 친구와 보신을 위한 고기가 도착하자... 기다렸다는듯이 술판이 벌어졌다.
(아까 라면을 얻어먹은 꼬맹이의 어머니가... '아까는 고마웠다'하시며 파전을 마구마구 리필해 주셨고, 맘따시고 배 따신 저녁이 시작되었다 ^^)
겁을 상실한 선발대는 쏘주를 1.5L PT로 구입해 주셨고, 음료수 컵에 '정이라며' 그득 채워주시는 바람에 짧고 굵게 픽~픽~ 쓰러져갔다. (뭐... 전쟁 하는 기분이었다 @.@)

10시즈음 마지막 친구녀석이 나타 났고, 근 3~4년만에 처음으로 친구 10명이 모두 모인 자리가 되었다.
학생시절 누구네집 작은아버지께서 '너희가 원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모임에 못 오는 사람이 생길꺼여'말 하시던것이 떠올라, 더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시간이 흘러, 하나 둘씩 빛이 사라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시간까지 입으로 하던 많은 이야기에서... 몸으로 보여주는 많은 행동에서...
여전히... 우리는 어린것 같았고, 다행히... 우리는 어려지고 싶어했으며, 계속해서... 우리는 어려질것임을 느꼈다.
참 좋았다. 푸훗~

다음날

아침 7시부터 11시까지 세네번의 아침식사가 있었고, 고스톱판이 벌어졌고, 수다와 과자와 아이스크림 한판!!을 먹고난 후 각시들을 챙겨온 녀석들을 물에 한번 더 들어가겠다며 남았고, 나처럼 서울이나 용인으로 올라가야 하는 몇놈만 짐을 챙겨 출발하였다.

지독하게 더웠고, 모기도 많았고, 화장실이고 세면장이고 부실하기 그지없던 계곡 탠트촌이었지만....
한명도 빠지지 않고 모여준 친구들이 있어서 좋았던 모임이었다.

ps. 아직도 그 녀석 중 몇놈은 문자에 '사랑한다'는 말을 꼬박꼬박 넣는다. 그녀석들 때문에 점점 못되지고 못나지는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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